2020년 4월 21일
올해에 접어들면서 얼마되지 않아 코로나 바이러스 COVID 19가 전세계적인 전염병으로 판을 치고 있다. 온 세상이 엉망이 되고, 사회가 총체적으로 격리에 들어가게 되어 경제가 바닥을 치며, 지금까지 살아온 현대인의 소위 '정상적인 삶'은 (사실은 비정상적인 것 같지만) 완전히 멈추고, 수많은 노약자들은 생명을 잃어가고 있다.
그런데, 코로나가 유럽으로, 미국으로, 전세계적으로 무섭게 퍼지는 타이밍 또한 그냥 넘어갈 수 없다. 이스라엘 같은 경우, 페싸흐 (유월절) 모에드 (절기; 하나님께서 국가 차원으로 백성을 만나기로 정하신 때) 와 맛짜 (무교병--누룩이 없는 빵)만 먹는 일주일 (그 안에 초실절--예수님이 부활하신 때)이 마치 피크를 이룬 것 같았다. 물론 아직은 모르지만, 신기하게도 그냥 그러한 "감"이 있다. 적어도 나 자신에게는 가장 치명적인 때가 지나간 것 같다... 마치 10개의 재앙이 절정을 이루어 출애굽이 이루어졌듯이 말이다.
이스라엘에서 가장 큰 모아딤/절기들은 바로 봄의 페싸흐(유월절)과 가을의 수콧(장막절)이다. 중간에 이 둘에 비해 조용히 지나가는 모에드는 5-6월에 있는 샤부옷(칠칠절)이다. 어쨌든 가장 큰 절기 때는 온 가족이 모여서 축제를 하게 되는데, 코로나로 인해 정부는 핵가족만 모여서 만찬을 하도록 통행금지령을 내렸었다. 그래서 우리 가족은 이스라엘에 와서 8년 만에 처음으로 우리 3인 가족만 집에서 오붓하게 페싸흐 세데르 만찬을 가졌다. 사방팔방에서 손님으로 방문하여 늘 20명은 족히 넘고, 거의 30명이 겨우 모여서 세데르 만찬을 함께 하면서 북쩍거리는 시간을 보냈었는데, 처음으로 우리 코리안 가족 셋이서 페싸흐 세데르를 한 것이었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8살이 된 아들 제윤이가 잘 참여할 수 있도록 긴장을 하고 세데르(순서)를 준비했다.
이스라엘의 유대 광야에 있는 "아라드"에 온지도 벌써 8년째. 지금까지 페싸흐 세데르 만찬을 버코비치 가정과 함께 하면서 순서는 당연 그분들이 인도하셨었다. 우리는 매번 음식만 준비하고 지난 해 수콧(장막절)에서부터 약 6개월 동안 하나님께서 어떻게 각자 안에 있는 "누룩"을 드러나게 하셨는 지, 삶의 패턴과 라이프 스타일, 생활 태도 등에 있어서 죄에서 자유케 된 새 피조물 이용선이 아닌, 아직도 노예처럼 묶여있는 부분은 무엇인 지 생각하고 주님과 대화하며 조명을 받는 시간에 모든 초점을 맞췄었다. 물론 올해에도 이렇게 조명 받는 시간은 변함없이 갖는 것이지만, 실제 만찬의 세데르(순서)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미리 공부하고 준비해야만 했다. 왜냐하면 하나님께서는 출애굽의 이야기를 자녀들에게 전수하고 그 뜻을 알리라고 지시하셨기 때문이다. 아들 제윤이가 전체 세데르에 지루해 하지 않고, 잘 참여하면서 이 놀라운 구속사를 잘 이해하도록 전수하는 책임에 대해서 이번 페싸흐 때만큼 피부에 와 닿은 적은 없는 것 같다.
출애굽기 12:24-27
24 너희는 이 일을 규례로 삼아 너희와 너희 자손이 영원히 지킬 것이니
25 너희는 여호와께서 허락하신 대로 너희에게 주시는 땅에 이를 때에 이 예식을 지킬 것이라
26 이 후에 너희의 자녀가 묻기들 이 예식이 무슨 뜻이냐 하거든
27 너희는 이르기를 이는 여호와의 유월절 제사라 여호와께서 애굽 사람에게 재앙을 내리실 때에 애굽에 있는 이스라엘 자손의 집을 넘으사 우리의 집을 구원하셨느니라 하라 하매 백성이 머리 숙여 경배하니라
그런데 이 사건이 3,400년전 출애굽의 사건에만 국한되어 있는가? 약 2,000년전, 예수님께서 "세상 죄를 지고 가는 하나님의 어린 양" (요한복음 1:29), 즉 페싸흐(유월절) 양으로 정확히 페싸흐 때 십자가에 못박혀 죽으시지 않으셨는가? 이 하나님의 스토리를 페싸흐 세데르를 통해서 아들에게 전수하는 것이야 말로 부모로서 마땅히 해야할 도리인 것이다.
참 놀라운 것은, 하나님의 정확한 타이밍. 직접적으로 아들에게 전수할 때가 이르렀던 것이다. 아들이 8살이 되었다는 것 또한 크게 작용했다. 대화할 수 있고, 참여할 수 있으며, 왠만하면 이해할 수 있는 나이이다. 지난 8년 동안은 어려서도 참여하기 어려웠고, 또 인원이 너무 많아서도 아이들이 참여하기 어려웠다. 그리고 사방에서 방문객들이 많이 왔었기에, 어른 위주로 세데르를 해 왔었다. 그러나 올해는 코로나 재앙이라는 이유로, 출애굽기 12:22b 에 "...아침까지 한 사람도 자기 집 문 밖에 나가지 말라"고 명령하신 그대로 우리 핵가족 단위로 페싸흐(유월절) 세데르를 통해서 이 모에드(절기)를 지켰다. 하나님의 말씀대로 제대로 지킨 것이다.
페싸흐 세데르(순서)는, 예수님 당시에도 전통적으로 따르는 어떤 형식과 순서가 있었다. 그만큼 유대인들은 이 페싸흐 절기를 몇 천년 동안 지켜와서 대대로 내려오는 전통이 생겼음을 알 수 있다. 각 가정의 가장이 세데르를 인도하도록 명령하셨기에, 옛적부터 아버지들을 돕기 위해 형식이 세워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세데르를 위한 순서와 형식을 히브리어로 "하가다"라고 한다. "하가다"는 "이야기 하다"는 뜻으로, 해가 지면서 페싸흐에 들어가게 되고, 온 가족이 세데르를 하면서 출애굽 이야기를 다시 한번 "이야기 하는" 시간을 갖는다. "하가다"는 오랜 세월 동안 발전해 와서, 이제는 페싸흐 세데르를 인도하는 책자가 되었다.
처음으로 가족 단위로 지킨 페싸흐 세데르와 한글로 만들어진 "하가다"는 더욱 보안되어야 할 부분들이 많았지만, 우리가 부부로서, 부모로서 중요하다고 믿고 생각하는 것에 따라서 함께 한글로 인도하고, 또 아들과 함께 했다는 것, 아들이 진지하게 질문하고 답하면서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는 것 등 모두가 참으로 뜻깊었고, 큰 기쁨이었다. 8년 동안 연습하면서 배워온 것들이 우리의 것이 되어 살아진 "첫 걸음마" 같다.
아침에 일어나서 보니, 우리의 미흡함을 너무도 잘 아시는 하나님 아버지의 큰 선물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감사하게도 페싸흐 날,
상해의 어떤 교회의 요청이 있어서, 요엘 버코비치 형제님이 "Zoom"을 통해 "페싸흐 세데르와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하신 마지막 만찬"에 대해 티칭한다는게 아닌가! 곧바로 복습을 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고, 가르침에 근거하여 우리 가족이 앞으로 사용할 "이상호 가정의 페싸흐 세데르 하가다"를 한글로 만들 수 있어서 얼마나 큰 축복인지 모른다.
이 "페싸흐 세데르 하가다" 한글 버전을 우리만 갖고 있을 수 없기에, 예슈아 안에서 한 가족이 되고, 한글이 모국어인 모든 식구분들과 하나님의 선물로 함께 나눈다! 할렐루야!
[ "이상호 가정의 페싸흐 세데르 하가다"를 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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